선한목자의 병원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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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우리 병원 진짜 원장은 예수" 국내외 무료 진료 온힘
이창우 선한목자병원장이 최근 서울 강남구 병원에서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에 선정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30여년간 정형외과 의사로 일하며 퇴행성 관절염(골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수많은 환자를 만났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해결책을 찾고자 늘 고심했지요. 이제 병원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돼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이창우(63) 선한목자병원장이 밝힌 보건복지부 인증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 지정 소감이다. 지난해 12월 해당 기관으로 선정된 병원은 줄기세포와 유전자, 조직공학 등을 활용한 임상 연구를 수행해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희귀·난치성 질환자 치료를 위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은 올해 1월 현재 85곳으로 대부분 종합병원급 이상이다. 병·의원급은 10곳뿐으로 선한목자병원이 이 가운데 속한다. 최근 이 원장을 서울 강남구 병원에서 만나 연구 목표와 향후 계획을 들었다.
환자를 넘어 인류의 희망을 위해
그는 “정부에서 새로운 의학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 2019년부터 시행하는 제도인지라 시설이 잘 갖춰진 대학병원 등이 다수 선정되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이에 비교해 규모가 작은 편인 선한목자병원이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선정된 이유를 묻자 그는 “제가 1990년대 말 미국 피츠버그 의과대학에서 줄기세포와 유전자 치료술을 시작해 지금껏 연구·개발해온 걸 인정해준 것 같다”며 “정부 허가가 매우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병원은 가장 먼저 골관절염 근본 치료제를 개발하고자 한다. 골관절염은 흔한 질병 중 하나이지만 난치성 질환에 속한다. 이 원장은 “통증을 조절하고 관절 구조의 개선 효과가 있는 관절염 근본치료제 디모드(DMOAD) 개발은 정형외과의 주요 목표 중 하나”라며 “임상을 거쳐 치료제의 안정성과 유효성이 확보된다면 국내외 환자에게 희망을 줄 뿐 아니라 인류사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공관절 전문가이자 스포츠의학 전문의이기도 한 그는 교통사고 등으로 환자가 늘고 있는 외상성 척수손상에도 관심을 두고 치료법을 연구한다. 정형외과 분야 이외인 파킨슨병이나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도 추후 연구 주제로 삼을 예정이다. 이 원장은 “‘정형외과 의사가 천식이 웬 말이냐’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이전부터 천식과 피부 질환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다. 이들 치료제인 스테로이드 때문”이라며 “스테로이드 처방을 받은 환자 가운데 적잖은 이들이 뼈 조직이 괴사하는 ‘골괴사’를 앓는다”고 말했다. 골괴사가 온몸에 발병한 이후 뒤늦게 내원한 환자를 여럿 만나며 줄기세포를 이용한 천식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는 “질병을 사전에 막아주는 것 또한 의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천식은 희귀·난치성 질환에 속하지만 아직 줄기세포를 통한 임상 연구가 진행된 논문이 없는 상태다. 희망을 품고 이를 연구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인공관절수술 1만 회…“환자는 스승”
이 원장이 직접 수술을 집도하는 모습. 선한목자병원 제공
한양대 의대를 거쳐 97년부터 3년간 미국 하버드대와 존스홉킨스대, 피츠버그대 의과대학에서 인공관절과 줄기세포·유전자 치료를 연구한 이 원장은 2001년 지금의 병원을 세웠다. ‘인공관절 분야의 양대 산맥’인 하버드대와 존스홉킨스대에서 수학한 그는 개원 후 1만 회 가까이 인공관절수술을 시행했다. 그는 “수술은 가급적 조금 절개해 아프지 않게, 인공관절은 오래 쓸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며 “이 일을 20년 넘게 하다 보니 다른 분들께 수술을 못 맡긴다. 결과를 책임지려면 직접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술을 많이 하면서 나름대로 방법을 개발하게 됐다”며 “이런 면에서 의학의 발전은 환자에게 빚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인공관절수술까지 가지 않도록 줄기세포를 이용한 무릎 치료, 자가골수줄기세포를 통한 통증 개선 치료에도 나서 여러 환자가 찾아오고 있다”며 “회전근개 등 어깨 관련 환자도 수술해 이 분야에도 노하우가 있다”고 전했다.
‘환자가 우리의 스승’이란 개념은 외과전문의인 아버지에게 익혔다. 고(故) 이종찬 전 인천시의사협회 회장은 의업(醫業)에 나선 아들에게 “창우야, 환자들이 우리의 스승이란다”라고 당부하곤 했다. 모든 환자의 이야기를 항상 주의 깊게 들은 뒤 병원 차트에 이를 세밀히 기록하던 아버지의 습관은 아들에게도 이어졌다. 이 원장은 “아버지가 하시는 모습을 보며 의사가 돼서 그런지 저도 아버지와 똑같이 환자 이야기를 차트에 다 기록한다”며 “그러다 보니 진료 시간이 너무 길어진다. 이게 우리 병원의 큰 어려움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환자분들이 크게 불만 품지 않으시는 걸 보면 그렇게 미운 부분은 아닌가 보다”며 웃었다.
“병원, 하나님이 만드신 의료 용광로”
이창우 원장이 지난해 스리랑카에서 의료 봉사를 하고 있다. 선한목자병원 제공
‘선교병원’을 표방한 병원은 2004년 ‘굳셰퍼드재단’(이사장 김정신)과 함께 해외 선교를 시작했다. 두 기관은 현재 21개국에 23개 무료 진료소를 세웠다. 이중 인도네시아 도미니카공화국 수리남 말라위 4곳은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 설립됐다. 각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선교사의 협력으로 가능했다. 이 원장 등 병원 의료진은 오는 5~6월 인도네시아의 무료 진료소를 방문해 의료봉사를 펼친다.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는 파키스탄 진료소도 방문한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가 해외 선교사에게 받은 은혜, 제 부모님과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삶 가운데 갚아나가자는 평소 결심이 있었다”며 “이를 위해 아내인 김정신 이사장과 재단을 설립했다”고 했다. 재단의 목표는 의료·선교의 사각지대에 놓인 전 세계 곳곳에 100개의 무료 진료소를 세우는 것이다.
지난 2022년 11월 전남 고흥군 고흥종합문화회관에서 '제2회 마리안느·마가렛 봉사대상' 봉사 부문을 수상하는 이 원장. 선한목자병원 제공
국내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키 위한 노력도 병행 중이다. 병원과 재단은 2007년부터 ‘찾아가는 건강 상담실’이란 이름으로 매달 1회씩 전국의 시골교회 등에서 어르신 무료 진료에 나선다. 서울역에서 노숙인을 돕는 선교단체 ‘소중한 사람들’과 매달 1회 노숙인 무료 진료에 나선 지도 올해로 17년째다. 그는 “진료도 진료지만 이분들 손 잡고 하늘 소망을 나누는 것 자체가 보람”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이들 봉사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2년 ‘제2회 마리안느·마가렛 봉사대상’ 봉사 부문을 수상했다.
올해로 개원 23년 차를 맞은 병원은 매일 오전 8시30분 예배를 드린다. 의료진과 환자가 질병 치유를 위해 함께 손 모으는 자리다. 이 원장은 “우리 병원의 진정한 원장은 영·육간의 치료를 해주는 예수님”이라며 “저를 포함해 모든 직원은 거기에 소속된 식구일 뿐이다. 우리 병원은 하나님이 만들고 이끄는 믿음의 용광로”라고 말했다.
현재 그는 저서 ‘이창우 박사의 머리 어깨 무릎 발’을 준비 중이다.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일상 습관 등을 담았다. 이 원장은 “첨단재생의료 연구에 힘을 쏟고 재단을 통해 세계 30여곳에 무료 진료소를 세우며, 강남 테헤란로 청년 직장인을 위한 예배 모임도 계획 중”이라며 “비록 힘은 연약해도 제 마음의 기울기가 주님께 향한다면 모든 일을 주님께서 이루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첨단재생의료기관이란
유전자·조직공학 활용 치료제 개발 허용된 복지부 지정 기관
선한목자병원에서 첨단재생의료 연구에 활용하는 혈액 분석 장비. 선한목자병원 제공
선한목자병원(원장 이창우)이 선정된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은 첨단재생바이오법에 근거해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를 허용한 보건복지부 지정 의료기관이다. 첨단재생의료는 손상된 인체 세포나 조직·장기를 세포·유전자·조직공학 치료 등으로 대체·재생해 정상 기능으로 회복하는 의료기술을 말한다.
해당 기관으로 선정되기 위해선 인체 세포 등 보관실과 기록 보관실, 혈액검사 등 검사실 등의 시설·장비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또한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를 지휘·감독하는 연구 책임자와 연구 담당자, 인체 세포 등 관리자 등 관련 전문 인력도 병원에 근무해야 한다. 국제적인 표준작업지침서도 갖춰야 한다.
해당 기관은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해 세포와 유전자 등을 활용한 임상 연구 수행 및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도 나설 수 있다. 이창우 원장은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근골격계 분야, 특히 연골 재생과 관련한 임상연구로 난치성 질환인 연골 손상에 보다 발전된 치료법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2001년 개원해 인공관절수술을 지속해온 병원은 그간 제대혈 줄기세포와 자가골수 줄기세포를 통한 연골 재생을 연구해왔다. 이 원장은 “이번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 선정은 이들 연구에 더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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